반전

lifelog 2020. 8. 24. 18:05

 

일의 범위를 정하고,
프로젝트에 인벌브할 리소스(인력 등)를 세팅하고,
보고 체계, 의사 결정 체계를 정하는 일이 새 비즈니스의 시작을 세팅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자 전부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엔지니어에서 금융으로 업을 바꾸면서 비즈니스를 조율하는 일이 잦아지며 피할 수 없는 사내정치, 눈에 보이는 성과지표 등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들도 못지않게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일단 새로 벌이는 프로젝트에 이름을 지어준다. 조직 내 관심을 끌어주고 이 안에 관여된 인원에 결속력을 심어주고 영역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업무 루틴을 미리 정해서 진행과 보고가 늘어지거나 너무 잦아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해 둔다.
사내정치에 대해선 적당히 시끄럽게 대응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넘어가서 비즈니스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성과의 PR이다. 관심과 지원을 꾸준히 받으며 진행하는 일은 경험상 결과가 많이 달랐다, 특히나 지금처럼 짧은 시간 안에 눈앞에 살벌하게 숫자가 왔다 갔다 할 때는 특히나 더.

 이런저런 이유로 외부의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 그리고 내부의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받은 팀이 있을 때면 명확하게 한 줄로 정의될 이유를 찾곤 하는데, 근래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어떤 회사는 뛰어난 재능, 끈질긴 노력 같은 이 바닥에서 평범하다면 평범한 그런 매력 말고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머릿속을 계속 맴돌까, 하는 생각을 며칠째 하고 있었다. 
답을 찾지 못해 그냥 이 아이들이 돈 벌어다 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동물적인 감인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깨달았다. '반전'이 임팩트였음을.

 행정소송은 나도 처음이라 질문이 너무나도 많았어서 소송을 진행하며 알게 된 변호사와 일하다 알게 된 사람과는 예외적 이게도 개인적인 친분이 생겨 소송이 끝난 후에도 가끔 보게 되었는데 지난 주말 그의 지인 중에 배 가지신 분이 계셔서 무인도에 가볼 수 있다고 하는 꼬임에 넘어가 코로나 와중에 사람 없는 해변에 가서 숨 쉬고 싶은 마음에 동행을 하게 되었다.  
주말이었고 흙을 밟을 예정이었고 또 평소에는 늘 그러하듯, 청바지에 티셔츠, 슬리퍼 그리고 좀 덜 타려고 아저씨 등산 모자를 썼다. 저녁에 장작을 구해다 고기를 구워 먹으며 원시인 놀이를 하는데 지인이 그런다. 아저씨 모자 압권이라며, 클라이언트였던 사람과 친구가 된 건 당신이 처음이라고, 왜 그렇게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 시작은 주중엔 시상식 주말엔 취준생 같은 당신 패션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그 순간 며칠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에 무릎을 치며 답이 떠올랐다.
아.. 반전.
무엇인가를 각인시키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지.
이 팀이 그걸 알고 그렇게 했다면 너무나 영리해서 같이 해야겠고, 모르고 그렇게 했다면 좋은 DNA를 가졌으니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하

 

또 하나의 즐거운 반전도 있었는데 미국으로 건너가 잠깐 있다 오는 바람에 물에 빠진 전화와 몇 년 정지되었던 전화에서 건지지 못했던 그리운 연락처에게서 전화를 받는 믿지 못할 일도 있었다.

남은 생에 다시 볼 수 있을까 했었는데 완전 반전이지.

요즘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많이 만나는 나는 이모집에 거의 있고 나를 피해 부모님과 이모는 본가에 계시는데 지금 어디 사냐 그쪽으로 갈 테니 언제 한번 보자, 는 친절한 얘기를 듣다가 내 주변에도 오빠, 라 부를 사람들이 있었네, 하는 반전! 

 

일도 롤러코스터고 코로나는 끝나지 않고 뭔가 쫓기고 쫄리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이런저런 반전들에 설렌다.

좋은 일은 확대 해석하고 어려운 일은 축소하면서 지금의 블루도 좋은 방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해가며 이 거지 같은 마스크 인생을 극복할 방법과 대응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미래를 모르는 상황에서 결정하고 그 결정이 좋은 결과를 낳도록 끝없이 노력하고 그 와중에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잘 설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즐겁게!

창업자가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실패하는 것이라 아직은 믿는 금융가의 루키?가 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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