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

lifelog 2015. 11. 30. 13:57




1.

어제 호국원에 다녀오면서 점심차 들른 곳에서 일생의 삼계탕을 만났다.

시의 적절하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날씨에 탄복했다가,

음식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가,

갑자기 지난 봄 도쿄여행때 들깨죽이 생각나 울컥했다.

정말 끝난 것이다.


이렇게 글로 써서 남기면 정말.. 끝난 것이다.



2.

"기업들에 대해 많이 아시네요."

'전공이니까요.'

"관심도 많으신거죠? 부럽네요, 좋아하는 일을 하시니."

'일이 되는 순간 재미는 서서히 반비례 곡선을 그리기 마련이죠.'

"그런 부분이 전혀 안 보이는데요, 하하"

'전 다만, 하고픈게 많은데 돈이 발목잡길 바라지 않으므로 열심히 벌어둘 뿐입니다.'


말하고 생각했다,, '그렇구나..'

몇해전 유재석이 불렀던 노래가 생각났다. '말하는대로~ 말하는대로~'

사실 나의 진심은 나도 모를때가 많다.


지금은 엄마가 요구하는 무엇도 들어 줄 예정이라는 걸 이미 눈치챈건지 

평소엔 되도 않을 요구들을 하고 있지만, 

그게 뭐든 다 들어줄 예정이다. 



3.

꽃을 한다발 샀다.

이 추운 한파에도 온실속 꽃은 이렇게나 이쁜데,,

밖에 놓아 두었으니 아마 지금쯤은 얼어죽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얼어죽지 않으려고 온실에서만 산다면,

수많은 사슴들 틈에서 산타썰매를 끄는 위대한 루돌프 사슴코가 아니라 왕따 루돌프 사슴코로서 죽게 될 것이다.



4.

어제서야 사람이 자손을 남기는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박근혜', '김영삼',,,, 처럼 뭇 사람이 그 이름을 남길 수 있는게 아니라서 그런거다.

내가 죽어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까진 살아 있는 거니까.



5.

어제 만난 24살짜리 루게릭을 앓는 아가씨는 길어야 생이 2달쯤 남았다고 했다.


30분 단위로 스케쥴이 있는 삶을 몇달간 살면서,  

인생이 이보다 더 촘촘할 수 있을까, 스스로 도취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내 마지막 날을 안다면 그때까지 난 어떤 계획들을 세울까?



6.

이 며칠동안 가장 좋았던 소회를 꼽아보니,

시도때도 없는 당신과의 긴 통화였더라.


중요한게 뭔지,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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