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고 여린

lifelog 2014. 8. 11. 04:37

한국어를 하고 있지 않는 순간에도 머리속의 생각은 계속 한국말로 하고 있다.

 

라마단을 막 끝냈다는 그들은 왜 천성적으로 게으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건지,

(한국식으로 하자면 이미 손에 결과가 쥐어져 있을거다)

왜 저리도 경이로운 눈으로 나를 관찰하는 건지,

(공대 출신에 반도체회사에 다녀 거의 여인이 희박한 환경에 살았던 나도 조금 부담스럽다.)

타협이 좀 어려운;; 취향이 분명한 드레스코드와 유머코드 그리고 대화코드,

(조금 파인 내 의상에 죄책감이;;)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시선으로 한번 걸러진 나만의 판단들이다.

 

ballroom에서 진행된 식사 내내 내가 생각까지 아랍어로 할 수 있게만 된다면 상대의 심중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거다,라는 상상을 했다.

 

2012년 말부터 LA에 살게 된 절친 유이치는

지난 달 스카이프로 영상통화를 하던 도중 흥분에 차서 본인이 꿈속에서도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말을 하더라며

'나 진짜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것 같다.'라는 소리를 했었다.

그때는 웃어 넘겼던 그 사소한 말이 오늘 계속 리와인드 됬다.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사실에 대해서

누군가의 시선으로 한번 걸러진 누군가의 판단에 대해 듣는 일은

마치 멋진 풍경이 화가의 시선으로 한번 걸러져 그려진 정물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사실 나는 '말이 잘 안통해서 좋은 점이 있군. 말수가 적어지면 상냥해 보이나?' 생각했고, 조금 설렜다.

 

밤 11시가 넘은 지금도 바깥은 30도가 넘는 날씨라는데 방안이 너무 추워 이불을 말고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상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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