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리고 사람

lifelog 2016. 5. 6. 15:26



지난 몇년 동안 일년에 최소 반 이상은 호텔에서 지냈지만 여행이라 부를만한 것은 하지 못했었다.

30분 단위로 스케쥴이 있는 삶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뭉뚱그려 쓸어담게 해버렸는데, 

아마 그 중에 가장 큰 희생이 여행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오랫만에 여행을 하고 있다.


지난 시간 여행없이도 잘 지냈던 이유는 지금 생각해보니 셀수없을 정도의 속도로 늘어나는 인맥에 있지 않았나 싶다.

지루할 틈 없었던 거지.


나이가 먹으면서 생각이나 사물에 대한 관점이 많이 변하는데 쭉 변치않는 한가지를 꼽자니,

제일 재미있는 여행은 사람으로의 여행이라는 생각이다.

새로운 장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확률을 높여주고,

큰 광경은 큰 사고를 요구하니까!


매일매일 다양한 종류의 신선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물론 일과는 상관없는 집단이니 거지부터 음악가까지 아주 다양하다는 것과 목적없는 만남이라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브런치할 식당을 찾다가 늘어지게 잠을 자는 고양이를 만나서 녀석이 보이는 길건너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국식 아메리카노와 베이글 말고 이 동네식 까페와 에그를 주문하고 이 녀석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어제 바에서 만난 녀석과의 대화 한 조각이 생각났다.


 


C: 어디로 가고 있니?

E: 하하,, 어디에서 왔니?가 아니고?

C: 난 러시아 사람이지만 5년째 독일에서 살고 있고 지금은 여기에 여행을 왔는데 

   그럼 난 러시아에서 왔다고 해야하는거야?, 아님 독일에서 왔다고 해야하는거야?

E: 그...그래.. 나도 톨스토이가 좋아. ㅡ_ㅡ;;;

   난.. 한국 사람이고 뉴욕에서 살고 있고,, 음,, 아니 뉴욕에 살았고, 지금은 베이징에 갔다가 여기로.. 아.. 

   ....

   어쨋든 여기 나도 여행왔어.


어제 저녁 이 희한한 러시아 녀석과 3시간이 넘게 떠들었는데 오늘 이 고양이를 보자마자 어제 녀석이 했던 얘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C: 러시아 최고급 백화점 명품관에 한국의 돌침대 브랜드가 들어갔었어. 근데 한대도 못 팔고 나갔지.  

E: 비싸서? 뭐.. 그게 한국에서도 좀 비싸긴 할거야.

C: 아니,,

   러시아는 사람이 죽으면 돌 위에 올려놓는 풍습이 있어.

   기원을 보자면, 

   땅떵이가 커서 누군가의 부고를 알리고 장례식을 열고 하면 방문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시신 보관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는 설이 있지.

   기후가 춥기때문에 돌위에 보관하면 그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고.

...............

..................

..........

E: 니가 궁금해졌어, 실례가 아니면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도 되?

C: 문화인류학자야,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어.
E: 넌.. 어디로 가고 있니?




우연히 마주친 나른한 포즈의 고양이를 보고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는데 꽃장식까지 "완벽한 침실"이라는 답이 왔다.

이 반응에 나는 갑자기 떠오른 어제 만난 러시아 친구 얘기를 해줬다.


어제 그 녀석과의 오랜 대화 후 깨달은 것이 있다.

지금의 나는 define이 좀 복잡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


하지만 거의 확신한다.

지금의 청유가 끝나면 내가 꽤 심플해질거라는 사실!


이제 밥먹자.




'life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늘 가지고 다니는 것들  (0) 2016.05.21
20160509  (0) 2016.05.12
나는 좀 즐겁다  (0) 2016.05.04
exit  (0) 2016.04.19
20160412  (0) 2016.04.12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