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og_Argentina] Bandoneon과 Buenos Aires

travelog/Argentina 2012. 10. 18. 05:46

 

스므살 초반시절 내 삶의 눈이자 귀이고 세상을 향한 모든 통로를 지배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때 Bandoneon 이라는 악기를 알게 되었다.

당연히 아르젠티나 출신의 아티스트 Astor Piazzolla도.

 

그리고 나의 그 세상이 끝났을 때도

유물처럼 남았던 그의 선물 천일야화,라는 이름의 음반속엔

Astor Piazzolla의 Liber Tango와 함께 그의 고백만이 남았었다.

몇달이 지나 그 아래 작은 손글씨로 스스로 적어 넣었던 시의 글귀,

  "다섯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만든 것 같은 소리.."까지 더해서.

 

뭇사람들의 통상적인 평들과 마찬가지로 Bandoneon은 내게도 저릿저릿한 악기다.

이곳 Buenos Aires에 도착하기 전 내가 상상하고 있었던 모든 것은 Liber Tango 뿐이었다.





만드는 사람도 없고 만드는 곳도 사라졌으며 더더욱 국외 반출이 금지되어 

값이 천정부지라는 이 악기의 히스토리는 처음부터 관심사도 아니었다.

Buenos Aires도 Tango도 Evita도 Peron도 내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Buenos Aires가 Bandoneon 소리 그 자체였을 뿐.


지하철 반도네온 연주자




세기초 Tango는 기껏해야 Buenos Aires 사창가에서나 연주되던 퇴폐음악이었단다.

특별한 한 예술가에 의해 예술이 되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이야기의 순서는 Tango가 먼저가 아니라 Bandoneon 그리고 Astor Piazzolla가 먼저겠다. 

 

지금은 Tango의 Cena Show에나 가야 구경할 이 Bandoneon을 며칠 전 팔레르모에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만났다.

음악은 이상한 힘을 가졌다.

그 시절을 끄집어 내고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명확함은 해석이 쉬움에 기대야 맞는데 나는 이 상황을 설명할 어떤 텍스트도 못 찾고 머뭇대고 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Buenos Aires를 아주 난감하게 마주쳤다고 밖에는..



그런데 뜻밖에.

오늘 방문한 오래된 cafe tortoni에서 Astor Piazzolla의 oblivion-망각-을 연주하더라.


cafe toritoni



순간 Buenos Aires는 치유의 땅으로 재정의 되고 있었다.

 

이곳이 남미에서의 마지막 도시인 것이,

오늘이 남미여행의 마지막 날인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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