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og__Taiwan] 4월 28일

travelog/Taiwan 2010. 12. 3. 16:08


4월28일(음력으로 3월23일),
별 의미를 갖지 않았던 이 날이 비범해 진데는 늘 그렇듯 '우연'이 함께했다.
여행이란, 그 속에서 내가 꼭 그렇게만 느껴준다면 약간의 설레임과 함께  늘 행운의 연속일 수 있다.
모든 건 나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재미있으면 그 순간부터 세상 역시 흥미진진한 곳이 되니까,,


이 날에 대해 얘기하려면 먼저 "마조"에 대해 이야기 해야한다.
나에게 지금도 대만하면 떠오르는 단어 역시 여전히 "마조"다.
그만큼 강렬했다.
이 특별했던 대만행을 만든 것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마조', 즉 그들의 독특한 신앙문화였다.


마조란, 대만에서 숭배하는 민간신앙(그들은 도교사상을 가진 민족이다)으로 천국의 황후, 바다의 여신, 천상성모 등으로 불리며
초자연적 능력을 대표하는 마치 어머니같은 이미지로 비교적 종교에 관대한 대만의 많은 도교신들 가운데서
대만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민간신앙이라고 보면 된단다.
불교로 보면 관세음보살, 천주교로 치면 성모마리아 정도인 것 같다.




바다로 둘러 쌓인 나라에서 바다를 지키는 신의 의미란 남다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신앙은 주로 일본, 대만과 같이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민족들의 신앙이라고 한다.
어부들의 수호신이며 해상통로를 통해 섬나라로 이주했던 이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
그들의 마조에 대한 경외감과 신뢰는 대단해 보였다.


근데 왜 4월28일이냐고?
이 마조가 실존인물인 탓에 그 탄신일 전후 일주일 쯤이 그들의 전통축제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날이 되는데 4월28일이 바로 그날이다.
난 그 특별한 날에 우연히도 대만행을 택했고 그 요란한 축제 한복판에 떨궈진거지.


축제에서 만난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주워들은 마조신화를 합쳐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옛날옛날 어느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꿈을 꾸며 꿈속에서 바다 속 침몰된 배안의 오빠들을 구했고, 28세 되던해에 하늘로 승천했다.
   그래서 마조는 어부들의 수호신이고 중국 만신전의 가장 존경받는 신이 되었다.                                 ┛







그냥 주워 들은 거라 좀 히스토리가 부족한 것 같긴 한데.. 사실 난 '마조'가 뭔지 이때 처음 들었다.


마조탄신일 기념 축제에는 성지순례, 전통예술 공연, 시가행진등이 진행된다는데,
그 중 내가 본건 시가행진 인것 같다.







처음엔 거리에서 전통 혼례를 하는 줄 알았다.
(아래 사진에 꽃을 든 거대한인형형상이 신랑이라고 생각했다. 나름 부케(?)를 들고 하얀 예복을 입은ㅋㅋ)
사실은 한참을 구경하고 나서 전통혼례라고 단정지었었다.
난 늘 어떤 모르는 현상을 마주치면 이런저런 추측을 해대고 또 그 추측에 추측을 꼬리물어 또 추측하곤 하는 버릇이 있는데(-_-)
그 추측된 이야기라는 것이 시간과 비례해 점점 더 거창하게 히스토리까지 있는 장대한 드라마가 되어 버리곤 한다.
이번 대만행에서 완성된 이야기는 "전통 결혼식의 뒤풀이 거리 행진" 이었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마조탄신일 축제란다~
거리에서 만난 잘생긴 대만청년이 친철히 설명해 주지 않았으면
지금쯤 난 대만여행 때 거리에서 거대 규모의 전통혼례를 봤다며 여기저기 자랑질을 하고 있을 듯.







밤이 되고 폭죽, 조명이 터지고 축제는 점점 절정으로 치달았다.
옛날 복식을 한 거대한 인형들이 위압감 있는 모습으로 팔을 양쪽으로 늘어 뜨려 흔들면서 밀려드는 인파 사이를 걸어오고,
어린 시절 '포청천'에서나 보았던 반달검을 들고, 얼굴에 호랑무늬를 그린 무사들이 선과 악으로 나뉘어 신전 마당에서 싸움을 한다.
중국 시대물  영화에서 늘 등장하는 바닥을 타고 연발로 터지는 빨간 폭죽이 귀가 따갑게 터지면서,
마조형상을 태운 가마는 연신 저승노자 돈을 뿌리며 전통 음악과 가마꾼의 발걸음에 맞춰 군중 사이에서 춤을 춘다.
가마꾼들이 이렇게 춤 추듯 정신 없이 가마를 들쳐매고 행진을 하는 이유는
흔들리는 가마 속을 바다로 표현해 바다의 폭풍을 이겨내고 있는 마조를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 용량이 커서 억지로 줄여서 올린데다,
  당시 어깨가 안 좋았던 난 완전 옛날 똑딱이 디카를 들고 여행을 갔었기 때문에
  지금보니 동영상이 많이 허접하긴 하지만(물론 촬영도 미숙하다),
  그래도 마조탄신 축제는 동영상이 하이라이트이므로 이렇게...]




1. 낮 거리 행진 - 거대한 인형들이 팔을 늘어뜨린채 걷고 있다.

2. 나중에 안 사실인데 마조형상을 태운 가마 아래 있으면 복이 온다고 믿는단다.

 

3. 사실 전쟁난 것 같았다.

4. 동영상으로 보니 우스꽝스러워 보이는데.. 실물은 거대해서 그런지 좀 무서웠다. 저승사자 느낌이랄까..

 

 

 

5. 행진을 지켜보는 동안 해가 졌는데 밤에도 여전히 흔든다.
   등장 인물은 조금씩 바뀌었고, 그에 따라 나도 이름 짓기 바빴다... 신랑 주연발, 호위무사 홍금봉, 집사1 양조우 ㅋㅋ

 

 

 

 

6. 흔들리는 가마는 폭풍을 견디는 마조형상이라 했다. 
  낮이고 밤이고 하루죙일 이렇게 들고 뛰려면 체력이 정말 좋아야 겠다.

 

 

 

 

 

7. 두 패거리의 싸움이 있었는데 선/악을 나눠 싸우는건지 마조의 호위무사 vs 악마? 가 싸우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암튼 짱구 닮은 애들끼리 싸우는 것과 얼굴에 무서운 그림을 그린 사람 패거리끼리 싸우는 것 두 장면이 있었다.
  완전!!! 흥미진진!!! 한편의 활극뮤지컬이랄까!!!

  >> 짱구쌈

 

 

 

  >> 사람쌈

 

 

 

8. 시가행진이 끝나면 마조를 태운 형상은 신전안으로 들어간다. 집에 도착한 것이다.

 

 

 

9. 역시 피날레는 그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폭죽

 

 

 

 

 

 

거리 복판에서 이 모습을 사진 찍다가 거대한 인형에 부딪혀(정말 저승사자 같았다) 놀라기를 여러번,
결국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죽과 발밑의 폭약등을 피해 신전 맞은편 제단 위로 올라갔다.
그 위에서 시스루 옷자락이 폭죽파편에 뚫린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3시간을 망부석처럼 서서 그 광경을 구경 했다.
매캐한 폭죽 연기와 함께 마지막 순서로 마조형상을 태운 가마가 신전으로 완전히 들어가고 나면
사람들은 신전에 꽃과 과일을 바치고 신께 기원을 한다.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괴상하고, 굉장한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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