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og__Tunisia] Place that have Spiritual Energy> 이슬람의 4대 성지,,, Kairouan. - #4

travelog/Tunisia 2011. 5. 12. 13:23




자유라는 달콤한 미명 아래,
가이드북을 숙소에 두고,
장기 여행자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그저 "필~" 대로 거리를 헤매보기로 했다.
그 선택에 완전한 자유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헤매임만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길을 모른다고 답답한 마음으로 기도할 필요는 없다.
내디뎌야, 길이 생기는 거다.
그렇게 오늘은 걷고 또 걸어 Kairouan에 우리 길을 만들어 두기로 했다.
다음에 이 도시에 다시 오게 되는 날이 온다면 기억을 거슬러 걸을 수 있도록..

단지 문제라면 오늘 발길이 닿는 그 곳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점 정도? ㅋㅋ


아직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하지만 길 위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을 엮는 일은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진 무기는 8시간을 떠들어도 지치지 않을 이야기거리와
마치 한국의 가을 같은 높은 하늘과 상쾌한 날씨, 그리고 호기심과 설렘이고,
우리가 가진 약점은 배가 고프다는 점과 우리가 이 동네 외계인이라는 점 두가지이다.

이 동네에서 우리가 받는 관심은 신기함을 넘어 거의 외계인 수준이다.
여행을 많이도 다녔는데, 그런면에서 여긴 참 몇 남지 않은 동네다.
아마 앞으로 점점 더 없어 지겠지.

친구가 먹으려고 산 주전부리를 찍은 어떤 사진에는 어설프게 출연한 나는 정말 "벽지"처럼 나왔다.
그리고, 외계인 같기도 하다.


사실 내 주변엔 외계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도 몇 있다.
눈썹이 무진장 짙다거나,
발이 칼모양으로 생겼다거나,
엄지 손가락 두번째 마디가 비현실적으로 굵다거나,
지구인이라고는 생각 안 될 정도로 머리가 크다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얼굴에 반하지 말자는 좌우명을 가지고 산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다르다는 건 배척받지 않는다면 재밌는 일이 된다.
이방인보다는 외계인이 즐겁다고 생각한다.

아라빅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과자 몇개를 사들고, 길 만드는 일을 신나게 시작했.....
.....
..지만....
..
'필'이 와서 딱 찍어 들어선 길이 한참을 지나도 계속 할렘이다.





무려 두 시간을 헤매이다 결국 길에서 만난 모녀를 따라 차가 다니는 큰길로 나가게 되었다.
쫀득쫀득 알 수 없는 아랍어를 들어가며 연신 "압살롬 알레이쿰"만 외치면서 말이다.
아랍어 몇 개만 더 외워올 걸 그랬다.

 




헤매도, 길을 잃어도 괜찮다.
어디를 가든 어떤 것을 보든 그 또한 여행이 되고 있으니까.
일탈이 가지는 이런 마음의 여유가 좋다.


거리마다 부서진 집들이 가득차 있다.
우리가 가난한 뒷골목에 들어서 그런 것인지,
우리네의 그것처럼 재개발 철거 구역이 이 나라에도 있는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분명한건 여행자가 찾아 다니는
흔히 만날 만한 낭만적인 산책로를 만들고 있진 못했다.
그래서 더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벽돌이 부서져 내리고 거리마다 흙 무덤이 쌓여 있어 자칫 철거 지역처럼 보이는 이 거리는
안쪽으로 들어서니 배란다에 카펫이 걸려 있고 조악하지만 거리마다 키 작은 가로수도 심어져 있다.

 

 



시멘트를 뚫고 심은 가로수에 위트가 보인다. ㅋㅋ






하지만 무너지고 있는 동네에서 타이어를 끌고 노는 아이는 여전히 안타깝다.
여행 중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가지만 여전히 나는 타인의 삶을 바꿀 힘은 갖고 있지 않다.
라오스에서처럼 동네 아이들 몇에게 과자를 사주며 선심을 쓰고
온동네 아이들을 우르르 몰고 다니면서 뿌듯해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나의 만족일뿐이다.
도착하고 며칠동안
친절하고 호기심 많은 튀니지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시선에 그려지는 그들만을 평가하고 있었던 것.
과연 그들 눈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 황폐한 도시 뒷골목을 다니는 동안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보다 우리를 경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결국, 다음날 새벽 산책에서 만난 한 청년에게 물었다.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이방인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니?"
"우리한테 궁금한거 없니?"

"응 넌 참 이쁘게 생겼다. 아라빅스타일이야(머리를 안감아 떡진채 돌아 다닌게 유효했던 듯-_-)"

이런..
역시 뒷골목에서 만난 애들한테 물었어야 했다.
하기야,, 말걸면 도망가는 통에 말 걸기도 어려웠었다.




큰길로 나오고 나서도 1시간 넘게 동네를 헤매다 결국
그들의 거대 공동묘지 안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꽤 거대한 대지위에 꽃들로 둘러 쌓인 이런저런 대리석이 보이기에
멀리서 보고 거대한 모자이크 벽화를 바닥에 깔아 놓은 줄 알았다.
공원 인가 싶어 무작정 들어왔는데 묘지였다.

그곳에서 아버지 무덤에 꽃을 놓으러 온 한 커플을 만났다.

"여기엔 무슨 일로...?"
"음.. 혹시 여기 무덤이니? -_-"
"응"
"꽃?"
"아버지 무덤에.."
"헉.. 미안.. 우린 한국에서 온 여행자야. 길을 잃어 여기까지 왔어. 여기 들어오면 안되는거지???"
"우리 지금 갈거야. 따라와. 니들이 찾을만한 거리까지 데려다 줄께. 메디나쪽으로 가"




정말 제대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더 헤매는 것이 불가능 할 만큼. -_-

그나저나 '그랑모스크'는 오늘은 못 볼 모양이다.

헤매다 나온 길에 만난 고양이 두마리가 도도한 표정으로 말한다.
"쉬었다 가"

길거리에 그냥 깔고 앉았다.
하늘이 파랗다.


 




해지기 전에 돌아가야 할텐데..

저녁에 통과하기에 아까 그 길을 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골목을 돌아서자 드디어 뭔가가 보인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


앞에 보이는 건 모스크가 분명하고(사람들이 안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길의 교차지점에 있는 이건 기념비 같은데.. 전승탑인가? -_-




 

이쪽에 보이는 건 관공서 같고,,
(누구에게 묻지도 않고 나름대로 추측에 의지해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또 시작되었다. ㅋㅋ)







결국, Kairouan에 우리의 길을 만드는 일은 실패했다.
연결할만한 코스가 아니다.
내일 다시 찾아보기로 하고 간만에 만난 모스크 앞에서
'작가주의'
정직한 사진 결과물 틈에서 무거운 카메라가 안쓰럽기만 하다.






역시 이슬람의 상징 - 별(벽의 타일 장식, 바닥 길의 모양등에 많이 사용된다) 

 




 



모나스티르로 가는 길 방향이 이쪽으로 표시 된 것을 보니 이곳은 도시 동쪽이다.

 



진짜 해가진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렀다.

 



 




'그랑 모스크'로 통하는 메디나 입구를 찾는 일은 내일 다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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