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lifelog 2014. 5. 26. 17:46

   대부분의 상황에서 감정에 솔직하고 직선적인 내가

   어째서 이토록 너에게만은 애매하게 구는지 때론 나조차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본능과 이성이 동시에 동작하기 때문인거지.

   진심을 숨겨야하니까.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일때마다 상황을 코믹홍콩 영화로 만들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이런저런 헛소리를 해대는 것은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허탈한 노력이다.

   내가 부적절한 어떤 감정에 휩싸였다 풀렸다 해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네가 고맙고 속상하다.

   그 거절은 나를 정신 차리게 한다.                                                                                               ┛




manarola in Italy




길고 긴 미팅이 끝나고 마나놀라에 왔다.

반드시 하려고 했던걸 했다. '오래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딱 하루만 머문다.'

햇빛 쏟아지는 친퀘테레의 어느 호텔 테라스에 앉아 투샷 커피와 브런치로 탱탱 부은 파스타를 앞에 놓고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상쾌한 공기는 이 비현실감을 더 키우는 것 같다.

수많은 연인들의 amor, ti amo가 판을 치고 침대 머리맡에 'would you stay with me?' 마져 쓰여 있는 이 로맨틱 끝판왕인 장소에서

이런 피곤한 시나리오를 혼자 앉아 읽다가, 겉 표지 하단에 조용히 'sorry'를 적어 넣었다.



셜록의 베네딕트가 보고싶은 나는 이제 그만 런던으로 돌아간다.



누구 말맞다나 별에 별 일을 다한다,고 잠깐 생각했다가 웃었다.

11시 체크아웃까지 10분 남짓 남았다, 그만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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