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없는 경제

lifelog 2014. 6. 21. 01:36

지난 밤 모임에서 만나 알게되어 오늘 점심을 같이 하게 된 사회 운동가 J는 열정이 넘쳤다.

J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지금 세상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불평등이다.'


미국에는 gated community라는 것이 있다. 

gated community는 아니었지만 내가 살던 맨해튼도 첼시의 호화빌라촌(나는 운좋게 얹혀 살았는데 다음블럭에 수리쿠르즈가 살았다)에 살던때와 116st 빌라에 살던때를 비교하면

나는 같은 사람이었지만 만나는 사람과 라이프 스타일이 판이하게 바뀌었었던 것 같다.

gated community는 간단히 부자'만' 사는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CCTV와 경비원을 두고 자발적으로 고립되는 폐쇄적 공동체로 

그들끼리 그들만의 리그에 사는 이들이 미국내에서만 천만명을 향해 달려간다 하니 무시할만한 수치는 아닌 것 같다.

얼마전 서울에서도 같은 아파트에 일반입주민과 임대입주민이 마주치지 않도록 엘레베이터를 따로 설치한 곳이 있었는데 이와 비슷하다.


점심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이런저런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는데,

타이완에서 손꼽히는 재벌가의 자제로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을 웨이홍이 이외의 답을 했다.

'힘을 갖고 나서야 세상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주목을 받은 후에야 당신의 의지대로 세상이 움직여 줄 것이다.'

늘 나이스한 그는 부족함도 없어 유연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이 빗나갔다.

지킬것이 많은 자는 변화에 인색한 것일까?

단면을 보고 전체를 정의하는 오류를 범하진 않을거지만 그의 반응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J의 열정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아쉽게도 그의 calling은 나의 주의를 끄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성과 감성이 조화로이 불편하지 않을 선까지는 세상이 바뀌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지인이 인용한 간디의 7대 악덕에서 처럼 '철학없는 정치. 도덕없는 경제. 노동없는 부'는 정말이지 불편하지 않나.

J처럼 요란하지는 못하더라도 선한의지를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사람이 많아지다보면 세상의 운명도 바뀌지 않을까,라고 이야기를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있는데 에디가 초를 친다.


'자발적으로 고립되는 이런 형태의 집단은 다음 세상의 미래가 될거야.

 그리고 틀림없이 번성할거야.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있어.'


"야!!!"




J는 Claude Quétel의 Murs, une autre histoire des hommes를 추천했다.

나의 허접 불어로 읽기엔 어려워 보여 찾아보니 번역본[장벽 - 권지현 옮김, 명랑한 지성 출간]이 있다.



그나저나 샤를 드골, 너무 후졌다.

노트북을 제대로 놓을데도 마땅 찮은 까페라니..(내 이 커피만 아니라면!!!)

보고서 한편 쓰고, 일기 한편 쓰고, yes24 들렀다가, 이 맛있는 커피를 먹고나서 라운지로 가야겠다.


이 커피가 그리울쯤 툴툴대며 다시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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