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lifelog 2014. 12. 9. 18:13



1.

돌아보니,

개인적으로 받아 본 선물 중 기억에 오래 남는 선물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을 때 

인생의 첫 사수이자 마지막 사수였던 분이 건넸던 직접 실로 짠 빨간 목도리가 그랬고,

늘 생일때마다 신발을 선물하던 친구에게 

'신고 가버리라고 자꾸 신발 사주는거야?'라는 농담을 던지자 '좋은 신발이 좋은데로 널 데려가 줄테니'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가 그랬고,

빵집 주인이 꿈이라던 말에 서울 시내 유명한 빵집을 돌아다니며 수집해온 빵을 받아 들었을 때가 그랬고, 

저녁 8시 반포대교 앞에서 카운트다운을 하자 분수쇼가 시작되었을 때가 그랬다.(그땐 속았지만 심지어 얘는 공짜였는데) 


그리고 ... 어제가 그랬다.


선물을 하기 가장 쉬운 상대는 비싼 물건에 가치를 두는 상대고(다행히 절대 다수),

가장 어려운 상대는 공을 들여야 하는 상대인 것 같다.


오래 기억에 남도록 마음을 움직이려면 감동적인 스토리가 붙던지, 공을 들여야 한다.

물론, 가장 완벽한 것은 가장 원하는 것을 주면 된다.


클로젯에 잠자는 리앙워치나 켈리백은 어디서 난 건지 기억도 안난다.




2.

엄마 생일에 동생의 그녀가 미역국 동반 생일상을 차려줄 예정이란다.

호텔에서의 근사한 저녁, 선물, 유럽여행.. 모두

그녀의 상 앞에 빛을 잃을 예정이다. 아마도.

여태 미역국 한번 안 끓여 본 점이 부모님께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녀에게 물었다.

"난 생일상 받아만 봤지.. 너한테 배울 점이 많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했어?"

그녀가 대답했다.

"저도 저희 엄마 생일상은 안 차려봤어요. 하하하"


이래서 아들을 낳아야 하나 싶다. -_-




3.

요즘 자주 종종 중개로 시작해 중재로 끝나는 프로젝트에 휘말린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고의 인지성은 어디에서나 작동한다.

당신이 원하는 그것, 실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이 원하도록 만든 그것.을 선물로 던졌고, 타고난 협상가라는 얘길 들었다. 그런데 전략은 모르겠다고.

칭찬 맞지?




4.

대면하고는 일생하기 어려운 얘기.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

모닝 룸서비스에도 까만 빵이 나왔다.

초콜렛과 편지는 선물로 보이는데 정성스런 손편지는 독일어로 쓰여 읽을 수가 없다. 

동기를 우선해 받아 들이기로..

거의 매일 비오더니 오늘은 좀 쨍하다.

그래서 오늘 가장 근사한 선물은 아침 해인 걸로. 



오늘 또 선물같은 하루가 시작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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