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의지

lifelog 2014. 6. 9. 23:00

작곡을 전공한 사람과 공학을 전공한 공통점 없는 사람 사이에 

이 익숙치 않은 조합이 시작된 것은 클럽마테에 보드카를 섞어 먹으면서 부터다.

당시 베를린의 Berghain에 들어가기 위해 급조한 행인1이 운좋게도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고,

마침 Berghain DJ 중 한명의 지인이기까지 한 인연으로,

나는 운좋게 초고속 입장의 행운을 누렸었다.


아름답기 보다 몽환적이며 충격적이었던 이 테크노의 성지에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 

동쪽 전면에 난 창문이 일제히 열리며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렇게 절정에 휩쌓였다.

약에 취해 좀비같은 애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나는 그들 다수가 섹시한 뱀파이어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밤새 열정을 불살랐던 육체에 반짝이는 땀이 화약이 되어 햇빛을 받아 모두 타서 없어지는,

혹은 기꺼이 온몸을 태울것만 같은.


그 사이에서 욕망이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 더 많은 소유를 갈망하지 않게 된다.

의욕이 감소한 것이다.

인간은 중독에 약한 존재다.(익숙한 것에 대한 호의) 

그래서 계속 욕망하게 하기 위해, 계속 살아있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중독을 끊어주는,

인생에 영감을 주는 여러 뮤즈와 소통하며 신선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불어넣어야 한다.


이제는 지인이 된 행인1이 저녁을 먹으며 말했다.

'앤디워홀은 사업적으로 훌륭한 것이 가장 매력적인 종류의 예술이다, 라고 했는데 나는 이 말에 거의 동의해, 동기부여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가혹한 조건에서 물질에 연연하지 않고 즐겨야 하는게 예술이라는 강박은 버려도 되.'


'나도 요즘 비슷한 생각을 해, 

 나의 삶이 이제는 숫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죽을때까지 숫자안에 있을 것 같아,

 근데 재미있는건 이게 이제 정말 신난다는 점이지, 니 말대로 동기부여가 커서일까?'


'관성의 법칙,, 깨진거야?'


'글쎄,,, 하지만 이제 중독되거나 종속되진 않을것 같아, 내가 드디어 완벽한 환경속으로 들어온 것 같거든.'



하지만 익숙한 사람에 대한 중독에 대해서만은 그냥 통제 의지를 잃는걸로.

기꺼이 함께.


... 그래도 아직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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