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TravelLog_Argentina] Bandoneon과 Buenos Aires
스므살 초반시절 내 삶의 눈이자 귀이고 세상을 향한 모든 통로를 지배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때 Bandoneon 이라는 악기를 알게 되었다.
당연히 아르젠티나 출신의 아티스트 Astor Piazzolla도.
그리고 나의 그 세상이 끝났을 때도
유물처럼 남았던 그의 선물 천일야화,라는 이름의 음반속엔
Astor Piazzolla의 Liber Tango와 함께 그의 고백만이 남았었다.
몇달이 지나 그 아래 작은 손글씨로 스스로 적어 넣었던 시의 글귀,
"다섯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만든 것 같은 소리.."까지 더해서.
뭇사람들의 통상적인 평들과 마찬가지로 Bandoneon은 내게도 저릿저릿한 악기다.
이곳 Buenos Aires에 도착하기 전 내가 상상하고 있었던 모든 것은 Liber Tango 뿐이었다.
만드는 사람도 없고 만드는 곳도 사라졌으며 더더욱 국외 반출이 금지되어
값이 천정부지라는 이 악기의 히스토리는 처음부터 관심사도 아니었다.
Buenos Aires도 Tango도 Evita도 Peron도 내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Buenos Aires가 Bandoneon 소리 그 자체였을 뿐.
특별한 한 예술가에 의해 예술이 되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이야기의 순서는 Tango가 먼저가 아니라 Bandoneon 그리고 Astor Piazzolla가 먼저겠다.
지금은 Tango의 Cena Show에나 가야 구경할 이 Bandoneon을 며칠 전 팔레르모에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만났다.
음악은 이상한 힘을 가졌다.
그 시절을 끄집어 내고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명확함은 해석이 쉬움에 기대야 맞는데 나는 이 상황을 설명할 어떤 텍스트도 못 찾고 머뭇대고 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Buenos Aires를 아주 난감하게 마주쳤다고 밖에는..
그런데 뜻밖에.
오늘 방문한 오래된 cafe tortoni에서 Astor Piazzolla의 oblivion-망각-을 연주하더라.
순간 Buenos Aires는 치유의 땅으로 재정의 되고 있었다.
이곳이 남미에서의 마지막 도시인 것이,
오늘이 남미여행의 마지막 날인 것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