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TravelLog__Thailand] "모히토"에의 입문, 시로코
방콕을 좋아한다.
스타일리쉬해서 좋아하고,
더러워서 좋아한다.
세련되서 좋아하고,
후져서 좋아한다.
수많은 패션피플과 셀럽도 좋아하고,
뒷골목 마사지 가게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언니들도 좋아한다.
시끄러운 수언룸, 짜뚜짝도 좋아하고,
단정한 게이손플라자도 좋아한다.
번잡한 카오산을 사랑하고,
한적한 랑수안도 좋아한다.
방야이를 거치는 현지 수상 마을들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왕궁, 새벽사원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길거리 꼬치도 좋아하고,
시로코, 디스틸, 버티고도 좋아한다.
(사실 매연과 늦은 밤 클럽, 이상한 쑈 빼고 다 좋다)
그 중 시로코로 대표되는 스테이트 타워의 돔은 방콕에서, 아니 내가 여태 다녀본 모든 곳 중
가장 멋진 루프탑 '레스토랑(오븐에 구운 칠레산 농어 요리, 꽃게 라비올리 등.. 그럭저럭 맛있다, 예약필수이며 간단한 드레스코드가 있다)'이고,
그 앞의 'sky bar'가 내게 '모히토'를 알려 준 곳이다.
이 계단은 영화제의 여배우처럼 시스루드레스의 왼쪽다리 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끌어 당겨 잡고 내려와줘야 한다.
엣지 있게!
여러차례 방콕을 오가면서도 2005년에야 시로코에 처음 가보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 시로코가 속한 호텔의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현재 시로코는 Lebua at State Tower 호텔의 63층에 있다.
스테이트 타워는 시내로 접근할 때 택시보다 수상버스가 더 편리한,
짜오프라야강의 꽤 멋진 리버뷰를 제공하는 호텔이다.
아래층은 호텔이라기보단 서비스 아파트먼트고
55층인가? 그 이상은 발코니가 강쪽으로 나 있고 좀 더 호텔에 가깝다.
친절한 컨시어지 포함, 맛있는 초콜렛, 멋진 뷰 등 장점이 많은 호텔이다.
해질녁 발 밑으로 황혼에 물든 짜오프라야 강이 흐르고,
저녁이면 불꽃놀이(강 반대편)와 함께 우아한 라이브 째즈가 흐르는 곳!
쿠바칵테일이라 스페니쉬로 읽어 '모지토'가 아닌 '모히토'라고 불리는 이 여름 칵테일을,
헤밍웨이가 사랑했다던 쿠바 '라 보데기타' 출신의 이 칵테일을,
나는 이 스테이트 돔의 'sky bar'에서 처음 만났다.
Day Forty Four by jnap |
'bar' 분위기에 취하고, 'mojito'에 취하고,
내게 방콕은 여러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어떤 얼굴도 스테이트 돔에 처음 올랐을 때만큼 강렬하진 않은 것 같다.
물론, 그 얼굴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방콕엔 멋진 것들이 많으니까.
예를 들면 람부뜨리의 정신없는 밤, 같은..!..-_-;;
어쨋거나,,
여름이 오는 길목에 불현듯 이 모히토가 생각나서
결국 얼마전 라임 1kg과 바카디화이트 한병을 샀다.
기본 레시피에서 스파이스민트를 애플민트로 살짝 바꾼 레시피로 낭만을 여름밤에 새겨 볼란다~
이제 '노인과 바다'만 한편쓰면 되나..? ㅋㅋ
근데 집에서 만들어서 혼자 먹고 있자니, 이게 칵테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맛은 있는데, 멋이 없다고나 할까.
한잔하고 있으니 이 술에 나를 입문시킨 '시로코'의 밤이 몹시 보고프다.
지금은 약간 시들해지기도 했지만 근 몇년새 모히토가 거의 '바'를 강타한 것 같다.
이제 나만 좋아하고 나만 아는 칵테일도 아니란 거지.
바카디사에서 이렇게 대놓고 밀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