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take
1.
친구와의 술 자리에 갑작스레 합류한 친구의 친구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
보고 싶어하는 이름의 동명이인.
게다가, 동갑내기인 그는 한 공중파 방송국의 PD인데 휴직 후 이번학기부터 뉴욕대의 티시에서 공부하기로 해서 다음주에 출국을 한다고 했다.
몇해 전의 내가 생각났다, 멈추고 다시 시작하리라 마음먹었던.
설렘과 두려움이 겹치던 그 마음에 공감했다.
그리고 그렇게도 궁금해하던 '아메리칸 셰프'를 드디어 봤다.(미안하다 M)
녀석과 취향까지 관통하기에 무릇 마음이 편해서였을 것이다.
편의점 칵테일(클럽소다에 소주+얼음컵)을 대접했고 길거리에 앉아 나는 정말 많이 웃었다.
그리고 출국 날짜를 바꿨다.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다.
2.
약속을 잡을 때 각자의 거리를 고려해 중간 장소에 잡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니면 주로 내가 움직인다.
며칠 전 강남역에 떨어뜨려 달라고 하고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집앞이었다.
내리고 나서 깨달았다, 이 배려에 정말 감동받았다는 것을.
나도 누군가에게 그래야지.
3.
정장에 하이힐.
긴장되는 모임이 있었다.
모임 후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좀 피곤해서 너희집 앞에까지 갔다가 2시간 거리의 우리집으로 돌아가기가 여의치 않으니 중간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평소대로였으면 그 거절에 그냥 알겠다고 그 쪽으로 움직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냥 다음에 보자고 했다.
뉴욕으로 돌아갈 나의 다음은 언제일지 모르므로 서로 동의한 우리는 암묵적으로 귀찮은 관계가 된 것일까?
오버다 ㅡ_ㅡ;;
4.
익숙한 웃음, 익숙한 즐거움, 익숙한 편안함.
모든게 다 좋았는데 알 수 없게 허전했다.
내내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오늘 삼성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장하준의 책을 읽다 문득 깨달았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는 모두 죽고 연애가 지상 최대의 과제이자 이슈인 노처녀가 되어버린 그들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눌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없었다.
5.
관계는 유기적인 것이라 영원한 것이 없다.
한때 불타던 사랑이나 어려움을 함께 했던 우정도 노력이 없으면 이어지지 않는 것이 맞다.
잊혀질 수도 있고 잊을 수도 있다.
거의 대부분의 일상을 공유했었다 하더라도 인생은 was가 아닌 늘 현재진행형이므로.
서글퍼 할 필요없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리하고 그리고 다시 새로운 관계를 맺고.
6.
투썸플레이스의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익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파는데가 없었다.
주문까지 한 이 집요함.
스벅에서 이 글을 쓰고 찾으러 갈 예정.
이걸 들고 원래는 갈데가 있었는데.. (이제 어딜 간다? -_-)
7.
그래도 역시 난 take보단 give가 익숙하고 쉽다.
8.
노무라의 사람들은 뭐랄까 나의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 같았다.
내가 로망스계 언어를 한다는 점이 오늘처럼 안도감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9.
fan death에 대한 인스타 댓글 놀이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게 그렇게 신기한가?
한국 사람은 모두 들어봤을걸,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대'라는..
녀석들은 여전히 흥분을 가리앉히지 못하고 댓글 실험 놀이 중이다.
멋진 결론 답글 한판 준비해서 오늘 중에는 올려줘야겠다.
그나저나 fan death of S.Kㅋㅋ 무슨 사건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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