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 2014. 9. 22. 14:07



1.

타고난 운이 있다.

다른 사람보다 덜 노력해도 늘 많이 얻는다.


인생에 행운도 불운도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던 시절엔

행운을 만날때마다 좋으면서도 일면엔 나의 행운 박스안에 행운이 바닥을 드러낼까봐 조바심을 냈었다.

그래서 늘 말도 안되게 좋은 시험운을 수능에서 'Big 불행'을 맞았던 이력의 보상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무엇인가 얻기 위해 땀흘리는 노력이 얼마나 멋진지 알고 있고,

자신을 운에 맡기는 인생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어떤 일이 정말 잘 되려면 90%의 노력과 10%의 운이 필요하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주말의 시험은 좀 지나쳤다.

5과목 시험에 한 과목은 평소의 관심 분야라 넘긴다 쳐도 나머지는 문외한인 분야였는데 책도 구입하지를 못했다.

사실 안 산게 맞다.

일년에 한번뿐인 시험이 정신차려보니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있었는데 무슨 책이냐 싶어 사실 포기한거지.

캘리포니아 출장에다 세계지식포럼까지 정신 나갈 요즘의 스케쥴이 변명이라면 변명.(공원에서 맥주 한잔 할 시간은 있었으니 변명맞다..)

시험을 본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포기 직전에 문제라도 보자고 갔는데 오늘 가채점 결과.. pass 했따.........


교훈은 명확하다.

말도 안되는 일도 일단 해볼 것,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 것.


1/8145060, 잘 알려진 로또 1등 당첨 확률이다.

이 어마어마한 확률도 로또를 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확률 0과 확률 1/8145060 사이에 인생이 있다.




2.

여행자에는 두 타입이 있다.

보고 싶은 것이 있어 실제 있는 것을 보러 가서 정말로 보는 사람과, 

머리속으로 어떤 상상을 한 후에 그 상상을 실현해 보려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

나는 후자다.

눈에 보이는 것과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불확실하고 낯선 것을 추구하는 여행을 하기때문에 전재산을 털린적도 있고 늘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보단 훨씬 많은 수의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낯선 문화에 그들과 함께 섞일 기회를 얻었다.

아일랜드의 문호 제임스 조이스의 말처럼 역사는 모두에게 상처를 주기에 모든 문명은 상처 투성이지만,

그 상처를 버티고 살아남은 지금의 오래된 도시들이 주는 감동은

물리적 객체(유적, 유산)보다 정서적 대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에 운이 들어오게 하는 통로가 불완전에 있다고 믿는다.

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3.

사랑을 받고 있을 때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양이 아니라 질에 대한 얘기다.

이 운만은 시험에 들게 하고 싶지 않다.




4.

자판을 모두 외우고 있으니까 사실 문제는 없는데, 뭔가 불편해서 블랙베리의 한글각인을 고민하고 있다.

너무 골몰히 생각했던걸까..

어제 밤, 각인을 하러 종로에 가는데 지하철을 놓치고 잘못타고 하면서 결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는 꿈을 꿨다. ㅡ.ㅡ


역시, 잘생기면 얼굴 값을 하는걸까..

그저 이뻐서 이해하는 블랙베리다.

그래도 좋다는건 함정이다.

너를 만난 건 행운으로.




5. 

요즘 엉망징창인 수영 폼을 교정하고 있다.

물위에 떠 있는 나를 붙잡아 들고 강사가 말했다.

"살살 밀고 세게 당기고, 숨쉴때도 너무 돌아서지마세요.

 오래 만난 연인 말고 썸타는 남자 대하듯이 해봐요." 


다음달 등록 기간동안 한국에 없어 강의 등록을 못한 것은 행운으로.




6.

플랫폼은 미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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