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20201214
쇼피파이, 핀둬둬, 스후이투안, 싱성유우쉬안.
사실 유통은 내 관심사도 아니고 나의 업의 범위도 아니다.
그런데 얘들은 관심을 안가질수가 없는거지.
이젠 예술적 바이브와 힙한 시각적 요소가 결합한 곳에 fun까지 들어가야 비로서 완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도 알 어쩌고 하는 걸 비슷하게 따라 하고 있는거 같은데 아직은 영 시원찮다.
유통을 하고 있다면 소비패턴을 분석하는 것 못지않게 마케팅 피로도를 고려하는게 필요해보인다. 커머스 마케팅도 결국 노출될수록 피로도가 올라가고 광고로 스킵하게 되버릴테니까.
이커머스 시장에 관한 이런저런 보고서를 읽다가 중국의 시장규모와 성장성에 한번 놀라고 생각보다 훨씬 더 작은 한국 시장에 또 한번 놀라고 중국 플레이어들의 스마트함에 한번 더 놀랐다.
코로나로 예상밖 수혜를 입어 고공행진중이라고 하지만 시장의 파이문제는 비단 인구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경쟁력을 잃었다기보다 경쟁을 싫어하게 된 것 같다.
사람의 문제라고는 보지 않는다. 한국이 누구보다 인재가 많다 여기기에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
거기다 돈먹는 하마인 유통쪽 유니콘들을 보면 투자금 흐름에 다들 이런저런 문제가 보인다.(대기업이었으면 소송감도 여럿인;;;)
이 씬엔 반짝반짝한 사람들도 많은데 가끔 그들과의 대화속에 머리가 뜨거워졌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충분히 똑똑한 창업자가 주커버그가 될수있을까?
몇해동안 중국과 태국에서 투자건이 여럿있어 적은 경험을 좀 갖고 있는데,
사업을 빌드하고 스케일업하고 엑싵하는 과정이 우리보다는 꽤 매끄럽다.
어쩔수없이 구조적인 얘기를 할수밖에 없다.
구조는 지속되면 사람의 의식에까지 영향을 준다.
모험을 해야 주변이 아닌 나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나의 일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고 잘하고 있다고 확신해도 내일 그게 다 엎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다시 풀어내면 되는거고 그래서 가슴이 뛰는건데,,
매일 새로워 가슴이 뛰어야 몸도 더불어 뛸텐데 우리는 오늘 엎어지면 가슴이 뛰는게 아니라 공포영화 그 자체다.
누가 그러더라, 아마추어는 다리가 아플 때 쉬고 프로는 경치가 좋은 곳에서 쉰다고.
이 뉘앙스가 제일 적합한 것 같다. 나는 아마추어를 프로로 올리는게 구조라고 생각한다.
구조를 개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오래도록 생각해왔는데 그런 역량이 내게 있는지 점점 의문이다.
최근 몇년새 기술의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AI 쪽은 진짜 한달만 지나도 알고리즘이 구닥다리가 된다.
여러 회사의 IR을 계속 듣다보니 이제 더 이상 새로운게 나올게 있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이 시점에 필요한 건 지구를 구하는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고도화해서 훨씬 효율화 하던지 아니면 쌈빡한 생각의 전환을 하던지다.
다른 얘기지만 얼마전 닌텐도의 마리오 라이브 홈 서킷을 보다 무릎을 쳤다.
아.. 이 회사 잘하는구나.
다른 회사가 게임 스펙에 집중하고 있을 때 얘는 게임의 개념을 확장하는 회사였던거지.
코로나로 물든 2020이 스테이플러 한방으로 찍혀 한장으로 뭉뚱그려 아무것도 못하고 넘어갈 것만 같다는 생각을 종종했던 한해였는데 지나고보니 사실 더 많은 일을 했다.
그런데 나말고도 다들 그랬나보다. 유럽도 시국은 재앙이지만 될놈에 대한 투자는 전혀 줄지 않은 것을 보면.
1억불 이상의 비즈니스를 만드는 건 balfour의 얘기대로 market-product fit, product-channel fit, channel-model fit, model-market fit이 긴밀하게 맞아떨어져야 하는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떤 간극을 경험과 통찰로 메우는 창업자의 직감(사실 더 좋은건 간극을 뭐 없이 그냥 뛰어넘는 점프?..이나 이건 사람 개인의 설명할수없는 아우라이므로;; 모두가 머스크는 아니니)은 정말 중요하다. 끊임없는 자문자답이 길이다.
투자자로서 회의감이 들게 만드는 비즈니스는 넘쳐난다. 그런데 아니러니하게도 이렇게 갸웃하게 했던 곳중 집중력을 잃지 않고 오랜시간에 걸쳐 버텨내며 꾸준히 개선하고 조금씩 성장한 어떤 훌륭한 팀이 내가 겪은 가장 좋은 투자였다.
가끔 해주고싶은 얘기가 있어도 말을 줄인다. 직접 빌딩할게 아니라면 그저 젠틀하게 웃기만.
나의 생각이 다 맞지 않을뿐더러 누군가에 조언한다기에 나의 레퍼런스가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없는 대상에까지 뻗힐 에너지가 없어 이성적인 내가 오지랖 넓은 나를 자제시키는거지.
결국 오늘,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바꿔지게 마련이다',라는 말을 못해줬다.
청담동에 오래동안 자리잡은 가게들은 그래도 낭만이라는 장르에 포지션이 있었는데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대세 몰락 중이다.
이 지역도 낭만보다 시세가 쓸고 있다.
원스인어블루문과 함께 나의 20대 낭만이 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번 지위를 잃으면 다시 돌이키기 참 어렵다.
다음 낭만은 성수동에서 찾아볼까 한다.
역시 12월은 업데이트의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