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lifelog 2016. 2. 17. 11:48



1.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A와 저녁을 먹고 그가 운영하는 블루스 바에 갔다.

내일은 N사의 오너 생일파티에 초대받았고,

모레는 M사의 2016 fall 패션쇼에 초대받았고,

글피는 브루클린 너츠와 뉴욕 닉스의 경기에 가기로 되어 있다.


사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방구석에 박혀 주구장창 책만 읽는 일이다.

선물받은 사피엔스를 5장밖에 못 읽어 슬프지만, 저녁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마치 걸그룹처럼 발랄하게 놀아주고 있다.



2.

지난 외할머니 장례식에서 만난 사촌언니들이 공감했던 얘기가 있었다.

각자 시어머님들이 너무 좋으신 분이고 잘해주시는데

새로 장만해 이사간 집의 새 전기렌지를 닦아 주신다며 박박 닦아 강화유리로 된 상판에 스크레치가 남았단다.

언니 둘은 그 스크레치가 마음에 새겨진 것 같았다고 서로 격하게 공감했다. 


소모품에 사용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렌지는 그냥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경청해서 들어주었다.



3.

지난 베를린에서 클라이언트로 만나 친구가 되기로 한 B가 왔다.

그때는 클럽 파티가 있기도 했지만 녀석은 가끔 약을 하는 것 같다.

"식상하게 들릴테지만 그거 계속하면 인생 망하는 건 알지?"

'만족 그리고 성취를 맨정신.. 그러니까 일상에서는 못찾겠어,, 행복이라는 놈을 도대체 가질 수가 없으니 대신 쾌락이라도 가지려고.'
"정신적 결핍이 어디 중독으로 채워지디..? 친구하기로 했으니 한번만 얘기하께 잘들어. 나랑 놀땐 아무것도 하지마."

약은 물론이고 담배도 한번 안 피워봤고, 요즘엔 술도 거의 안하는 내 말을 녀석이 과연 공감했을까.

하기야 나도 녀석의 화려한 사생활과 풍요에 감정이입이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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