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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g 2016. 1. 2. 22:50



단원 김홍도의 스승으로 유명한 강세황의 '향원익청'이라는 그림에는 그가 자신의 그림을 이렇게 감상했으면 좋겠다는 듯 이런 글귀가 쓰여있다.

'당나라 염계선생이 말씀하시길, 연꽃은 멀리 보아야 아름답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갑자기 이 얘기가 떠올라 연말에 하고픈 말을 그림과 연결지어 담고 싶어져 수묵화 엽서들을 샀다.(김홍도, 신사임당, 이광사, 신윤복)

그렇게 해를 마감하며 몇통의 손엽서를 썼다.



1.

얼마전, 플립기사를 스캔하다 흥미있는 글을 발견했다.


지난해 S가 열변을 토해서 알게 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 이후

나는 뜬금없게도 베가스에서 꽤나 사업 잘하고 있는 'MGM'을 쭉 지켜보게 되었는데

며칠 전 뒷북으로 지난 달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맥그리거와 알도의 매치 기사를 보게 되었다.


맥그리거가 알도를 13초만에 KO로 눕히고 이런말을 했단다.

Precision beats power and timing beats speed.

UFC는 사실 관심밖이지만 이 인터뷰 덕에 경기 영상을 찾아봤다.


멋진 얘기다.

'약하지만 정확할 수 있다 믿고, 느릴지라도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거라고 믿는다.',고 진심을 담아 이 얘기를 써주었다.

2016년에 당신이 정말 멋질것이라고 나는 믿거든



2.

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유우석의 누실명에 나오는 이 얘기는 현재 누추한 거처가 부끄러워 움츠리고 있을까 염려되는 친구에게 썼다.

2016년에 신선도 되고 용도 되보라고.

어디에 있든 중요한 건 나니까.

'완벽'도 중요하지만, '계속 하는 것'도 못지않다고.



3.

사임당의 그림엔 2016년에 그냥 참하게 있어달라고 간단하게도 한줄썼다.

내 옆에 있으라고.

당신을 좋아하니까.



4.

머리와 눈은 아버지인 이광사가, 나머지 부분은 20년 뒤 아들인 이영익이 그려 완성한 잉어라는 그림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멸문지화 당한 소론 가문 속 가슴아픈 열녀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그림을 둘러 싼 뿌리 없이 떠도는 풀인 마름이 입신을 위해 정처없이 여기저기 떠도는 삶처럼 보이면서도 

그 사이 송사리가 노력하는 작고 평범한 선비 같았고,

당쟁으로 주류에 들어서지 못할것임을 이미 알았지만 그럼에도 뛰어오르는 잉어는 결국 포기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광사는 노론의 득세속에 오랜 귀양생활 끝 비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가 염원을 담아 그린 '잉어'의 바램대로 결국 그의 큰 아들 이긍익은 '연려실기술'을 썼고, 둘째아들 이영익은 '양명학'의 대가가 되었다.

나도 그런 송사리가 될것이다.


5.

모든이에게 어마무시한 덕담하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메리크리스마스보다 더 무시무시한 말이라는 걸 모두 알았으면. 이런 말 우리나라 밖에 없다니까.

손편지를 몇백통 보낼 순 없지만 진심을 담은 찐~한 손키스 여기저기 날리고 있음.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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