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 sera sera

lifelog 2015. 2. 23. 12:30


쿠바를 여행할 당시 스페인 저항운동의 상징 아투에이를 맥주 브랜드로 만들어 파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그의 저항이 지금은 그들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는 주류가 되었으니까..


쿠바의 cerveza(맥주의 스패니쉬), 아투에이를 beer, 하투이로 판매하고 있었다.

전혀 생뚱 맞은 땅에서 쿠바 맥주를 만난것도 신기했지만 미국식으로 판매되는데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처음 공산당 간부를 만났을 땐 흥미로웠지만 이젠 아무런 감흥도 없다.
처음 식탁을 가득 채웠던 거대한 생선머리요리를 봤을 땐 놀랐지만 지금은 더 이상한 것이 나와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해진다. 사람도, 감정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사는게 너무너무 재미있는데, 이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시시하게 느껴지거나 더 재미있는게 더 이상 없다면 어쩌지.

W가 우문현답을 한다.
"지금 마시는 이 맥주가, 지금 니 손에 들고 있는게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한병이야, 어때? 더 맛있을 것 같지?"
"지금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니가 앞으로 남은 인생동안 만나게 될 사람 중 최고 멋진 사람이야, 어때?"

나는 답례로 이 맥주에 대해 설명해줬다.
쿠바 맥주고 하투이가 아니라 아투에이라고 읽는다고, 
그리고 아투에이는 스페인 정복자에 끝까지 저항했던 사람의 이름이라고.
그래서 이 술을 마시면 심장이 더 빨리 뛰는거라고.



설 연휴라 좌석이 없어 이코노미를 타고 돌아왔다.

언제부터 비즈니스를 타기 시작했다고 불편하다 하는지, 반성했다.

carpe diem을 듣고 금방 까먹고 que sera sera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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