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og__Tunisia] Place that have Spiritual Energy> 이슬람의 4대 성지,,, Kairouan. - #2

travelog/Tunisia 2011. 5. 9. 11:33


 


1. Al Qayrawan 혹은 Kirwan이라 알려져 있다.
2. 전 세계 곳곳에 포진한(가본데 중 반 이상은 그런 듯)..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다.
3. 두 권의 가이드북님이 입을 모아 말씀하신다 - 이슬람의 문화적 수도, 아프리카에 있는 이슬람의 4대 성지.


 

사실 Kairouan은 처음 일정에 없었다.
별 다른 이유는 없다. Kairouan이 뭔지 몰랐고 관심이 없었을 뿐.


내게 튀니지는
,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2편에 나오는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오래 전 파키스탄 여행 중 만났던 일본 친구들이 극찬했던 '시디 부 사이드',
4계절이 아름다운 나라에 살아 그 반대로 늘 수상한 매력을 뿜을 것 같이 느껴지는 '사하라 사막'이 전부였다.
그래서 관심 도시도 카르타고, 시디 부 사이드, 크사르기레인이었다.



 

 




 

원래의 계획은 Dougga의 무너진 로마 식 유적을 보고 Tozeur까지 직선으로 내려가는 것이었으나,
치밀한(?) 여행계획이 없는 여행은 늘 사소한 문제가 발생한다.
지도에 대고 대충 줄 긋기 해서 완성된 루트가 멀쩡할 리가 없는 거지.
Le-Kef에서 Tozeur까지 한번에 연결하는 버스가 없단다.
루아지를 잡아 타면 되기는 한데, 루아지는 사람이 차야 출발을 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중간지점쯤 있던 지역들 중 가이드북에 쪽수가 많은 Kairouan에 들러가기로 급 일정변경을 했다.

설명이 많이 붙은 곳이라면 선택도 많겠지,하는 마음으로.





'불안한, 불확실한'이라는 형용사는 여행에 사용 될 때만큼 매력적인 곳이 없는 것 같다.

여행도, 인생도.. 늘 선택이 존재하지만 여행은 '그 선택'이라는 놈에 '불확실'이라는 친구가 따라 붙어도
그 상황을 즐길 마음에 여유를 준다
.

잃을 것이 적다고 생각해서 인 것 같다.

(여행을 위한 여행을 선택한 경우는 다르다. 돌아올 것에 대한 기약이 희미한 여행은 그대로 삶이다.)

만약 이 선택이 인생이라면 범인에게 '불안'은 위험을 '즐길'요소가 아닌 '견뎌 낼'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임기응변 식 루트 수정이었지만 어떤 선택을 했다 해도 아마 난 만족했을 것이다.

마음이 이미 '긍정'을 결정했기 때문일 거다.

내가 여행을 '' 또는 '' 그 자체로 삼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행'만큼은 행복만,하고 싶다. 그런 까닭으로 일탈이기를 희망한다.

선택할 것이 단순하고, 목적이 복잡하지 않으며, 현재를 즐길 요소가 아주 사소하기를 바란다.

당장 며칠 앞의 불안, 불확실이든 혹은 더 긴 시간 뒤의 불안, 불확실이든

그것을 매력으로 즐길 여행이기를 바란다.

나의 일상이.. 관성의 법칙에 빠지지 않도록,,,

내 여행의 정체성은 그 관성을 깨는데 두고 싶다.

멀쩡한 두 다리와 적당한 돈만 있으면 유럽, 아프리카 오지, 남미 탐험, 알래스카.. 어디든 갈 수 있다.

급 루트변경 후 난 더 즐거워졌다.

 

내가 또 떠나왔군. I’m in heaven!!!

 






낡은 벽만큼이나 비밀스런
Kairouan은 튀니지의 속살이었다.

여행이 끝난 후 돌아보니 튀니지의 외모라 할만한 Sfax, Sousse, Hamammet 보다는 분명 내 정서였다고 할까.

 


 
Le-Kef 거리를 돌아다니며 발견한 나뭇가지 채 먹는 귤을 한 짐 사가지고 Kairouan행 버스에 올랐다.

 

이 조금 다른 풍경 그리고 일상이 마냥 즐겁기만 하고,

나뭇가지 채 주렁주렁 달아 파는 거추장스럽고 열매도 몇 개 안 달린 귤이 맛있고,

달리는 버스를 멈춰 세워 화장실을 다녀오는 창피한 일도 재미있다.

장거리 시외버스라 부르기에도 뭐한 창문도 안 열리고 90도 의자에 냄새 나는,

그저 달리는 깡통이라 할만한 더러운 버스에 앉아

황무지, 초원.. 별 볼일 없는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본다.






 

난 분명 썬그라스를 끼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나사 풀린 얼굴로 무방비하게 계속 웃는

전형적인 '관광객'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런 나를 먹잇감으로 노리지 않고 신기해 하고 좋아하는 호의적인 이 사람들 속에서

'세상이 참 아름답다'며 더러운 창문 틈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과 대화를 시도하는 중이었다.

역시 내 DNA는 철저히 여행찬미적이다.

 






그때 ASMA가 말을 걸었다.

오랜만 듣는 영어였다.

 

"안녕?"

"봉쥬~..... !!! ... ? 너 영어하네?"

", 조금. 너네 어디서 왔니?"

"우리 한국에서 왔어! 미리 이야기 하지만 남쪽이야,, “

".. ASMA라고 해", 하며 ASMA라는 알파벳 글자가 각각 두껍게 엮여진 '스뎅'재질 팔찌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아이덴티티에 새로 나온 과자를 처음 보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ㅋㅋ)

"우린 쑨과 쩡이야."

"여행 재미있니? 얼마나 여행해?"

"튀니지 정말! 멋진 곳인 것 같아, 회사 다니는데 휴가 내고 온 거라 2주 정도 여행해."

 

.......튀니지 어디가, 뭐가 좋았는지, 음식은 맛있었는지, 한국 음식은 뭐가 맛있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ASMA의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시며 뭘 좋아하는지, 새로 태어난 개가 얼마나 큰지...별 이야기를 다한다..
...(
중략)...........

 

"근데 우리가 장거리 버스는 처음이라 그런데 혹시 중간에 휴게소 같은데 안 들리니
 1
시간이 넘었는데 계속 가기만 하네?
과일을 너무 먹었더니 화장실 갔으면 해서..'

"내가 차 세워줄게"

?..-_-


잠깐 정차한 곳이 시골 마을이라 온 동네 사람들이 화장실까지 계속 따라다녔다.
어디가나 완전 시상식이다. -_-

그나저나 이때는 튀니지에는 휴게소가 없겠거니 했는데 웬걸 Kairouan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휴게소에 들르더라.
왜 도착 직전에 휴게소에 들르는지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휴게소라하면 만국 공통 이런저런 먹을거리를 팔고 있었다.
역시 사람 사는데는 다 거기서 거기인듯.
우리도 닭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샀다.
충격적이게도 닭 다리가 뼈째 통으로 빵 속에 들어 있었다.






"ASMA 고마워, 차를 그냥 세우면 되는 거구나?"

뜬금없이 "너희가 정말 마음에 들어. 선물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한가지씩만 골라볼래?", 라며

가방에서 액세서리를 한 가득 꺼내 든다.

도움을 청했더니 부쩍 친근해졌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사실 액세사리가 너무 많아 처음엔 파는 건 줄 알았다.

머리 끈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그러고 보니, ASMA는 스뎅 팔찌를 비롯 여기저기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있었다.

선물 받은 머리 끈으로 즉석 머리를 묶어 보이자 ASMA 입이 귀에 걸린다.

이 아가씬 뭐가 이리 좋을까.. 혹시 저 얼굴이 지금 내 얼굴인가?

 

.. 버리기 왠지 아까워 나중엔 이리 팔에 걸고 다녔다.



"
난 너희와 친구가 되고 싶어. 친한 친구.(소울메이트,,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기에 우리 인연은 너무 바람과 같지 않니??;;; 영혼을 나누려면 적어도 10년은 함께 해야;;;;라는 울림은 마음속으로만..')

"그래! 친구하자!"

"그럼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 ... 우리 Kairouan까지 오늘 꼭 가야 하는데?"

"오늘 우리 집에서 놀고 내일 가면 안돼? 우리 가족들과 내 고향 친구들도 너희를 보면 너무 좋아할 텐데..

우리 집은 Kairouan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거든."

"초대는 너무 고맙지만 일정이 짧은 여행이라 어려울 것 같아, 미안 ASMA, 나도 너무 안타깝다.."

"..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러면 너희 Kairouan에서 잘 숙소는 구했니?"

"아직.. 그냥 몇 군데 찍어 뒀어. 봐줄래?"

".. 호텔(가이드북에 호텔 페이지를 보여주었다)은 잘 모르겠고 위치는 이 동네 보다는 저쪽이 좋아.

큰 거리에 있고, 그랑 모스크도 가까워. Kairouan에 가면 그랑모스크를 꼭 봐야 해"

"고마워! 근데 Kairouan 재미있니?"

"사실 Kairouan 좀 심심한데.. 근데, 너희가 걱정이구나. 집에서 가까우니까 내가 데려다 주고 다시 돌아올까?"

"! 아냐!! 괜찮아!  뭘 그렇게 까지.. 우리 헤매는 거 좋아해.

 ! 우리도 선물 줄께. 이건 한국음식의 비법소스야.. 비밀소스니까 잘 간직하고 중요한 날에만 써 ㅋㅋ"

".. 칠리야? 좀 맵네? 향이 독특해"

"한국소스 '고추장'이라는 걸 써서 만들었는데 소고기를 넣어 볶은 가공식품이야. 가장 간단한 레시피로 '스팀드 라이스'에 비벼 먹는 방법이 있어!"

"너무너무 고맙다. 친구들(또 소울메이트란다..ㅋㅋ), 난 정말 감동 받았어. 아차!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줘!!"

...

....

..

만난 지 2시간 된 튀니지 아가씨가 전화번호를 달라는데 불현듯,

몇 해 전 그루지아 여행 중 길에서 만나 3일을 같이 놀았던 애한테 별 생각 없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고

담에 또 올게!라는 한국식 일상멘트를 날렸다가 언제 올 거냐며 여러 차례 독촉 전화를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빈말은 없었던 것이다. 그게 약속이었던 거다.

거절은 해야겠고, 실망은 주고 싶지 않았다는 게 나의 변이다. -_-

사실 내가 왜 이 상황에서 전화번호를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그러고 있었다.

"ASMA!! 우리의 전화기는 외국사람과는 통화가 안돼! 그래서 번호를 가르쳐줘도 우리는 통화 할 수가 없어"( ... , ..의적이다..-_- )

"? 내 전화기도 삼성인데?" ( .. 여기 와서도 삼성이 태클을.. )

"삼성이 CDMA 방식 전화기는 국내통화만 되게 하고, GSM으로 출시되는 전화기만 해외통화가 되게 만들었지.

 그래서 우리는 전화통화를 할 수가 없어"( 체계적인 척 뻥을 치지만 뭐 거의 미친 소리다. )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너 혹시 핸드폰 만드니? 되게 똑똑하다..."

"하하하.. 응 비슷한 거 해..;;;"

"그래도 걱정되서 안되겠어. 
 서로 통화는 어려워도 내 전화번호 일단 적어줄테니까 무슨 일이 생기거나 내가 필요하면 꼭 이리 전화해. 
 바로 달려갈께"라며 가이드북에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친구들!! 내 핸드폰으로 같이 사진 찍지 않을래?"

"그래! ASMA! 수백 장쯤 찍을까?? ^^;;;"

 

그쯤...

.. 옆에서 한참 우리를 구경하던 버스에 탄 사람들이 갑자기 너도 나도 핸드폰을 들고 달려 들기 시작했다...

"저희도,,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도 될까요?",,라고 불어로 점잖게 묻는 아저씨부터 아랍어(이건 못 알아들었으나 이 얘기였을 거다)로 수줍게 묻는 아줌마까지,,

안 그래도 열악한 버스 안이 난장판이 되었다.

 

"...^^;;"

"그럼,,, 저희도..."

"그럼,,, 저희도..."

"그럼,,, 저희도..."

"그럼,,, 저희도..."

"그럼,,, 저희도..."

 

결국 배낭에 카메라를 실어버린 우리만 빼고 버스에 탄 사람 대부분이 사진을 가졌다..

.....

...

그러는 동안 역시나.. Kairouan까지 가는 동안 가이드북을 한 줄도 못 봤다.

어디 가서 잘 거며, Kairouan에 뭐가 있는지, 어느 식당이 hot한지, Kairouan 다음에 Tozeur에 갈건대 그건 가능할지,,,

또 그렇게 대책 없이 놀다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 정류장에 내릴 때마다 늘 황야에 바람 부는 서부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배경음악이 필요했다.)

 

.. 그나저나 어디로 가니... ㅠㅠ….

배고파...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