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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og__Greece] 해지는 산토리니
travelog/Greece
2011. 5. 9. 14:41
2003/09/27 작성. 그대로 옮겨 옴.
사실 혼자 떠난 여행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의 하나는,
멋진 누군가와의 만남 같은 낭만성과 의외성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 만난다는 것, 그건 정말 생각만해도 짜릿하잖아.
'비포선라이즈'를 상상해 본 적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하다못해 '식스데이 세븐나잇'의 해리슨포드와 앤헤치처럼 좀 격렬한 상황(쫓기잖아)도 괜찮다,
다만 '포스 오브 네이처'의 산드라블록만 되지 않으면 된다.
언제나 그렇지만 공상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_-
그래서...
이런 인연의 운을 시험해 보고자 한적도 있으나, 뭐.. 뜻대로 잘 되진 않는다.
그러기엔 너무 보수적인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하하하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산토리니 자체가 배낭여행을 하기에는 뭔가 감정이 넘치는 섬이었다는거지.
여유롭고, 한가롭고, 바쁠게 없는데다, 한적하기까지 한 그곳은 딱! 휴양에 알맞는 곳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시간을 헛되이 보낼수 있는 그런 자유가 풀어져 있는..
그리고 정말 말로 다할수 없을 만큼 예쁜 노을이랑, 바다는 혼자 보고 느끼기엔 감탄의 탄식과 함께 끝모르는 한숨을 남겼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니 그곳에서는 잘 못느꼇는데,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주 느긋하게 일주일쯤 머물면서 연인과 천천히 다니는 그림이 최곤거 같다.
물론 연인이 아니어도 상관없지. 친한 친구라도 같이!!
그렇지만, 혼자는 아니다 싶다 ㅜㅜ
산토리니에 도착햇던 첫날, 저녁 해질녁쯤에 해지는 피라를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너무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숙소는 여러모로 기분 좋은 곳이었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피라마을에 도착 한 다음,
해가 져서 어두워 질때까지 해지는 것도 보고, 여기저기 가게도 구경하면서 돌아 다녔다.
피라마을이고, 이아마을이고 산토리니 안에 있는 곳은 어디라도 다~ 흰색집 천지다.
그리스에서 법으로 '섬에는 흰색집만 지어라'라고 한것 같이 정말 다~ 흰색이었다.
그렇게 이 흰색집에 노을이 내려 노랗게, 붉게 물들때면 산토리니의 노을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누구라도 알 수 있게 된다.
정말 '산토리니 스타일'이라는 말이 맞겠다, 누가 보아도 그런줄 아는 것 진짜 '스타일' 말이다.
피라마을을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올라온 길 뒤를 돌아보니 노을이 내려 앉은 집들이 내려다 보였다.
산토리니 섬의 노을은 이아마을이 최고 이쁘다 들었는데,피라도 멋지다.
피라마을이 산토리니의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섬안의 작은 마을에 불과해서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좁은 골목들로 엉켜서 길이 마치 미로 같아 보였는데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복잡할것 없는 단순한 구조였다.
길을 잘못들어도 그냥 계속 가다보면 어느새 다시 중앙으로 와 있었거든.
각각 가게의 특성을 살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간판들은 마치 오스트리아의 짤쯔부르크를 연상시켰다.
사실, 집처럼 생겻어도 이곳에 집은 없는 것 같다.
누가 이곳에 그냥 단순히 '살기'만 할까.
거의 레스토랑이나, 기념품가게다.
그래서 인지 눈에 띄이려고 신경 쓴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간판을 가진 상점이 많았다.
문 앞에 비행기를 붙여논 이 집은 사실 길을 잃어서 어쩌다가 우연히 만난 골목에 있었다.
길치인 까닭에 여행 중 항상 길을 잘 찾지 못하고 헤매기 때문에 늘 한가한 골목들을 많이 만나는 편이다.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지?"
산토리니에서의 둘째날은 해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집주인이 파티를 한다기에 오후에 잠시 숙소에 들러서 파티 좀 하고,
다시 나와서 이아마을에 썬셑을 보러 갓다.
대충 입구 아무데나 차를 대놓고 이아마을로 이어지는 외길을 따라 걷기 시작햇다.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엄청나게 사람이 많은데, 모두 한곳으로만 가고 잇엇다.
왠만한 명당으로 보여지는 자리는 이미 발디딜 틈이 없엇다.
'아직 해질려면 멀엇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딱 하나다. 그것도 좁은 외길.
길을 따라 점점 마을 안쪽으로 걸어가다보니 중간에 교회가 잇다. 마을 중심교회쯤 되는 것 같다.
조금 더 들어가다보니...
"앗! CF!!!"
여기가 거기구나~
사실 산토리니에 오기 전까진 레드비치가 뭔지, 까마리 해변이 뭔지, 화이트 비치가 잇는지..등등
아는게 한개도 없엇다. 심지어 이곳이 화산섬 인줄도 몰랏다.
그리스에 관해서는 정말 정보라고는 책도 한번 안 들여다 보고 왓엇으니까.
그런데도 산토리니는 어떻게 알앗냐면,
역시나 '모CF'를 보고서다.
물론, CF의 그녀가 끔찍하게 이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배경 또한 못지 않게 이쁘더라는거지.
게다가, 어느날 친구 중에 한명이
'여기는 내가 꼭 가보고 싶은데야, 여기 하얀집들하고 돌이 불규칙하게 깔린 좁은 골목들 보이지? 여기가 그리스의 산토리니래'라며
도서관에서 댑따 큰 화보책을 보여줫엇다.
그렇지만 사실, 이때까지도 별로 엿다.
그런데, 어느날 치과에서 읽은 모잡지에 실린 나체해변(파라다이스비치)에다가(난 "미코노스=산토리니"로 알앗다 -_-) 여유로운 타베르나는
여기에 내가 꼭 가야 할 이유와, 거창하게 명분에 호기심까지 만들어 주엇다고나 할까..
역시 미디어매체의 힘은 대단하다니까.
손예진에 필 꽂혀서 그동안 산토리니를 방문한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될꺼며, 잡지에 혹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여행이란 안개 낀 숲과 같다.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잇을지 모르거든.
여행의 전초전은 계획과 기대고, 또 이것이 여행의 1/3은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종 지나친 기대와 부풀림은 거대한 실망으로 돌아와 당혹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산토리니에서의 며칠은 내내 즐거웟다. 실망스러울 것이 없엇다. 적어도 손예진, 그녀가 원망스럽지는 않앗다. ^^
길은 좁은데, 꽤 길다.
해가 곧 질것만 같다. 마을 전체가 점점 노랗고, 붉게 뒤덮여 간다.
드이어 외길이 갈라진다.
사람이 너무 많다.
명당으로 보이는 곳은 벌써 꽉 들어찻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조금씩 움직여 보고 잇엇다.
이아마을의 많은 인파사이를 헤집고 찍은 사진인데, 마치 사람들은 움직이는데 나만 정지해 잇는 것 같다.
지금 다시 사진을 보고 잇자니, 여기가 이렇게 이뻣구나,싶다.
그동안 얼마나 감각적인 것에 소홀햇는가 싶다.
모든 사물을 볼때마다 머리가 움직이고 모든 감각이 같이 움직인다.
산토리니는 집들을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잇는 듯 보이게 지엇다.
그래서 옆면을 사진으로 찍으면 사선으로 아래까지 집들이 이어져 보이는게 재미잇고
위에서 내려다 봐도 섬자체가 워낙 지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경사가 많다.
물론, 이런 경사로 인해 바로 100m앞도 내가 지금 밟고 서 잇는 위치 그대로 일직선으로 걸어가면 다 허공이다.
특별히 오르막을 올라온 것이 아닌데도, 아래를 내려다 볼게 잇는 것이 신기하단 말이지.
저 아래로 집들도 몇개 보이고, 밑으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도 보인다.
조금잇으면 해가 질것같아서 썬쎝을 보기위한 좀더 좋은 자리를 찾고자
이아마을 가장 안쪽 풍차가 잇는 쪽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그 좁디좁은 골목 한켠에 자리를 잡고 연주를 하는 사람들을 만낫다.
이럴때면, 이들의 문화가 부럽다.
아무데나 자리펴고 하고 싶은 연주하고, 지나는 사람들은 서서 구경하고, 내키면 조금 기부도 하는.
이아마을에서 거의 끝에 위치한,- 그러니까 아마도 여기가 산토리니 섬의 끝이기도 하지 싶다. - 풍차 근처에 다다르니
해가 점점 떨어져서 지평선이랑 맞닿으려고 하고 잇엇다.
점점 해가 진다...
이아마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장을 보려고 피라마을에 들럿다.
숙소에 멋진 그릴이 잇엇는데,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서 새우나 가재 같은 해산물을 사다 숯에 구워 먹으려고.
그런데, 정작 새우나 가재는 많앗지만, 숯이 아무리 찾아도 없는거다.
산토리니를 전부 뒤졋는데도!!!
결국 맥주 몇캔과, 내일 먹을 것과 삐따나 하나씩 물고 속소로 돌아왓다.
먹는데서 실패한 좌절감은 배로 크다. -_-;
산토리니에서의 마지막 날은 숙소주인과 얘기를 잘해서 약간의 돈을 더 주고 늦게까지 잠을 잔 다음에
(전날 맥주도 좀 햇고, 배 시간까지는 시간도 많앗으니..)
수영장에서 오후내내 놀다가 오후가 끝나고 저녁이 되서 쯤에야 주인 차를 얻어타고 피라마을로 나갓다.
전날 이아마을에 해지는 걸 보러 가서, 차를 대충 아무데나 세워놧다가 그만 딱지를 떼어버리는 사건이 잇엇는데,
그리스어로만 쓰여 잇어 도통 알수가 없어, 돌아오는길에 수퍼에서 물건 사면서 점원에게 물엇더니 웃으면서 60유로짜리 딱지라 햇다.
'비싸네... ㅡoㅡ'
10유로만 햇어도 내는건데, '어쩔 수 없게 무시하고 딱지를 바로 버려 버린 뒤 , 증거인멸 -_-'
다음날 떨리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차를 렌트회사에 돌려주고 렌트회사에서 아무말이 없자,
왠지 꽁돈 생긴 느낌에 다같이 멋진 식사를 한번하기로 하고
피라에서 어제 봐둔 그 절벽 위에 걸려잇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갓다.
정면으로 보이는 전망도 귀여웟고,
측면으로 내려다 보이는 지중해도 끝내줫다.
창문으로 고개를 좀더 빼고, 내려다 보면 구항구로 내려가는 지그재그 계단도 보엿다.
얼마간의 유로를 지불하고 나귀를 타고 구항구까지 내려가는 것이 잇엇는데,
무서워보엿다.
걸어가기도 위태해 보이는 저 길을 저걸 타고... ㅡoㅡ;;
그래도 나귀타고 계단 올라가기보다 나귀타고 계단 내려가기가 더 스릴 넘쳐보이는건 사실이엇다.
나같으면 '내려가기' 할텐데...
저기까지 내려 갓다 올라 오는 것이 귀찮아서 그렇지 구항구로 갈일이 잇으면 한번 타봣으면 좋앗을걸...
(이번에 산토리니에서 '화이트비치'를 못갓는데, 담번엔 저기서 배타고 화이트비치 한번 가봐야겟다.)
근데 냄새는 심하더라. 으어..
한참 바깥 구경에 정신이 없는데, 드디어 음식이 나왓다.
여러가지를 시켯는데, 기억에 남는걸 꼽자면,
양파도 생으로, 오이도 생으로, 게다가 내가 너~~무 싫어하는 올리브도 생으로, 듬성듬성 짤라 놓고,
그 위에 두부처럼 짤라진 치즈가 놓여잇다. 게다가 거기에 소스는 올리브 기름을 그냥 생으로 쫙~! 끼얹엇다. ㅜㅜ
한입먹고, 난 죽엇다.
이름은 상큼햇는데..
'Greek Salad'
안에 '가지'가 들어잇다.
가이드북에도 나온 그리스 전통요리라고 귀여운 부산싸나이들이 시켯는데 괜찮더라.
근데 계속 먹으니까 느끼햇다. ㅡㅡ; 역시 삐따...가... 최고야..
비싼 음식들을 앞에 두고 1.5유로 짜리 삐따를 찾고 잇다..
후식으로 나온 우조는 그리스 전통술인데, 무려 40도란다.
잔을 드니 나프탈렌 냄새가 낫다.
결국 못 먹엇다.
게다가 술도 약한데, 40도 짜리 저만큼 먹으면 바로 그냥, 산토리니에 오늘 주저 앉을지도 모르고. -_-
나중에 들은건데, 우조는 물을 조금 타서 먹는 거라더군.
밥을 먹고 나와서 다시 아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피라를 조금 돌아다녓다.
예쁜 기념품 가게는 참 많은데, 싼게 없다.
배시간은 10시지만, 미리 항구로 가서 기다리려고 피라버스정류장으로 갓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가 시간이 정해져 잇는거다.
2시간씩 텀이다. 큰일 날뻔 햇다.
다음 버스이자 마지막 버스는 9시다. 시간이 너무 붕뜬다.
그냥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떠들고 놀기로 햇다.
노래도 부르다, 사진도 찍다, 음... 즐겁다...
섬의 중심이라 그런지 레스토랑들이 많다. 각각 눈을 끌만한 세심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이곳은 지붕이 풍차 장식이엇다. 그것도 무려 세개나!
정류장에 앉아 잇으니 해가 점점 지고, 달이 뜬다.
깜짝 놀랏다.
정말 달이 하늘에다 손톱으로 살짝 손톱자국 낸거 같잖아?!
얼마전에 분명 반달 봣는데!!!
시간 참 빠르다. 아니, 내가 자꾸 움직여 다니니, 달 모양이 빠르게 기우는거 같아 보이는건가?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항구 바로 앞의 그 절벽같은 길을 내려와 드디어 며칠전에 도착햇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왓다.
도착햇을때는 전혀 보지 못햇던 또 다른 모습이다.
낮과 밤의 차이란 같은 장소를 보는데도 마치 쌩판 모르는 장소에 와 잇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산토리니.., 안녕. 아마도, 그립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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