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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튀니지] Intro - #2
대부분의 일에 대해 난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편이다.
발 닿는대로 다니고 계획은 늘 바뀌며 여행정보류의 사전조사는 그리 많이 하지 않는다.
대신 그 나라 명사가 쓴 베스트셀러(주로 에세이류-그들의 정서가 녹아 있다 믿기 때문)를 읽거나,
그 나라를 먼저 여행한 친구들의 무용담(?)을 듣거나,
플리커에서 잘 찍은(환상을 키워 줄ㅋㅋ) 사진들을 찾아본다.
낯설수록,
예측할 수 없었던 세상일수록,
어떤 두려움과 함께 짜릿함도 같이 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가 큰 공갈빵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얻는 것, 잃는 것 반반 그 무게는 그리 다르지 않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는,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어떤 것도 개의치 않고 너무나 근사하게도 모든 일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몇해전 드라마 선덕여왕에서의 '미실'궁주의 말 맞다나 약간, 아주 약간,,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늘 뭐 항상 무작정 가긴 하는데 이번엔 진짜 준비기간이 없이 휘몰아쳐 떠나게 되어
사전지식이랄게 거의 없는 나라인지라 급하게 가이드북(잘 안산다-늘 그냥 간다)을 친구랑 한권씩(같이 보는거 귀찮다) 두권사고,
프랑스에 있는 친구들을 여럿 동원해 현지에 사는 친구들 전화 번호를 몇 받아내는 수고를 들였다.
(그러나 우려가 무색하게도 지인들의 어떤 도움도 필요없이 뭇 튀니지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과 지지, 응원 속에 여행을 마쳤다, 완전 신나게)
떠나기 전 내가 아는 튀니지는,
일몰의 땅 '마그레브',
한니발의 '카르타고',
아로마테라피스트 과정을 배울 당시 접했던 최고급 네롤리 생산지가 전부였다.
돌아온 지금 내가 아는 튀니지는,
방대한 로마유적,
아름다운 지중해 마을,
수상한 사하라,
계곡에 울려퍼지는 진한 만다린 향,
사막에 눈 호수 소금바다,
나를 너무너무 사랑해 주던 순박한 사람들,,,
셀 수가 없다.
그래서 요근래 뉴스를 장식하는 물가 인플레에 따른 튀니지 폭동, 죽음같은 기사를 접할때면 괜시리 마음이 짠하다.
친구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하루 빨리 안정이 오길 기도해 본다.
선택한 든든한 지원군인 두권의 가이드북은 다음과 같다.
[내가 선택한]
[그녀가 선택한]
계획은 그랬다.
길고 긴(비행만 18시간-두바이까지10시간,튀니스까지4시간, 트랜짓4시간) 비행 시간동안 가이드북을 읽고 도착시 숙소를 정하고
대략적인 여행계획을 잡아보겠다고..
(출발전엔 프로젝트로 바빠 가이드북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다.)
사실 이건 계획이라기보단 생존이었다.
일단 도착한 날 공항은 벗어나야 했으니까.. 하하하
헌데.. 비행기를 타자마자 거의 한달은 물론이고 비행기를 타던 날까지 개발프로젝트에 오락가락 하던 몸이
기다렸다는듯 의자속으로 꺼졌다. 정말 잠든 기억조차 없게 잠들었다.
자고 있는 줄도 모르게 한 3시간쯤(밥 줄때까지) 자다 일어나 가이드북을 펴니 초콜렛부터 시작되는 밥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트도 맘에 들고, 이코노미인데 자리도 왠지 넓은 것 같기도 하고,
개인 모니터도 있고, 코스로 나오는 기내식도 왠지 비범해 보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다 그저 그랬던 거였는데 하도 여기저기 치이다 떠나서 마냥 다 좋았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이드북을 차분히 읽을 수 없게 만드는 복병이 있었으니..
이 엄청 좋은 비행기는 자리마다 게임 600개에 각국 영화가 800개나 들어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취향과 기호가 강해지고, 딱 그 만큼 더 자유로워 지는 것 같다.
멋있는 척 포장해보지만, 사실 그냥 무계획 여행을 한다는 얘기다,, 다음의 결론을 내리고 싶어서...-_-
"그래, 이번 여행 역시 정해진게 없다는 것만 정해진 여행이잖아, 그냥 놀자."
예전에 본 "맘마미아"도 또 보고,
못 봤던 혜수언니의 "모던보이"도 보고,
더구나 게임은 각 자리와 배틀까지 가능했다.
도저히 가이드북이나 읽고 있을수가 없는 환경인 것이다.
결국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게임배틀 대회를 열었다.
그 긴시간 내내 도저히 쉴틈이 없었다.
두바이까지 가는 내내 게임 배틀이 벌어졌다. 울렁거려 토하고 싶을때까지. -_-
밖으로 쥬메이라비치가 내려다 보였다.
드디어 두바이인가보다.
두바이는 5년만인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갔었지..
4시간 정도 주어진 트랜짓 시간동안
이코노미에 앉아 10시간 달려 온 안타까운 피로를 풀러 라운지에 가서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드디어 대륙을 넘어 왔다.
아랍요구르트가 나왔다.
아침을 이렇게 거하게 먹는 애들은 어딜가나 한국애들? 음..아니.. 나와 내 친구들 뿐인듯하다...
그나저나 다이너스클럽 카드 참 쓸만하다.
공짜 퀄리티가 너무 좋잖아!
쇼파를 가장한 침대에서 한참을 뒹굴다 다시 비행기를 탔다. 이번엔 정말 튀니지로 간다. 멀긴 정말 징하게도 멀구나..
이제부턴 진짜 아랍권이다.
아... 뭔 말인지 모르겠다.
결국 거창한 가이드북 독파는 물건너 갔고 가이드북 첫장 지도페이지와 그림 사진들을 보며 줄긋기를 했다.
지도위의 튀니지는 내 어릴적 미술시간에 만났던 아폴로, 다비드의 잘생긴 옆모습을 닮았다.
고백하건데,
한쪽 눈을 청순하게 찡그리며 심을 길~게 깍은 연필로 단독 자연광이 비치는 미술실에서
몸에 안맞는 헐렁한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다비드 석고상의 콧날을 재서 뎃생하는게 로망이었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디디지도 않은 땅을 상상하는 것은 꽤 달콤했다.
더구나 튀니지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없던 내겐 상상하는대로 모두 다 이뤄지는 거였으니까.
물론 도착하는 순간 확 다 깰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튀니지는 머리 위로는 파란 지중해를 이고
그 깔끔한 콧날을 따라 수스, 스팍스등의 지중해 도시와 만나고,
날렵한 턱선을 지나 돌면,
뜨거운 심장에 메마른 사하라 사막을 담고 있다.
나는 튀니스로 들어가 그저 길을 따라 직선으로 내려갈 것이다.
당분간 기다리고 있을 이 예측할 수 없는 삶 때문에 무척 설렌다.
암튼, 일단 이렇게 여행 해볼까?
어차피 뭐 바뀔거잖아.
(사실 이후의 모든 계획도 이동중의 버스안에서 대부분 결정되고 바뀌었다.. 그냥 집중력이 좋은 거라고 말해두고 싶다. 물론 내 생각이다. -_-)
드뎌 비행이 끝나간다.
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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