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다시 할 수 있는 기회
돌아오자마자 1,2차에서 추려졌다는 5명의 면접을 봤다.
내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배우는 것이 많은 시절이다.
수없이 PT를 하다보니 누군가, 특히 말을 잘하는 이의 언변이나 제스춰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공식적인 말을 할땐 '음..', '어..' 등의 추임새나 '...같아요' 같은 명확하지 않은 화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레쥬메의 글, 인터뷰의 말, 정도면 이젠 대충 90% 감이 온다.
나머지 10%는 무대공포증 간파에 달렸다.
뭐 결론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
'당신이 앞으로 당분간 좀 삽질을 하더라도 내가 책임쳐줄게요'라는 마음가짐이면 완전 잘 결정할 수 있다.
며칠전 아빠가 관절치료차 병원에 잠깐 입원을 했는데 드시고 계신 약을 전부 취합해 분석한다고 가져갔다.
대학병원 한 곳과 중견병원 한 곳을 각각 다른 질환으로 다니셔서 약 종류가 좀 되는데 혈압약, 오메가3,,뭐 그런 관리형 약들이다.
관절 치료 전 이런저런 체크를 하는데 혈압이 계속 안잡혀 봤더니 혈압약이 드시는 약에 빠져있었다.
다니던 대학병원에 연락했더니 실수로 2달전 내원했을때부터 혈압약이 누락되었단다.
내가, 혹은 내가 뽑은 사람이 실수해서 몇억 또는 몇십억쯤 날려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회할 다음 기회가 있다.
혈압약이 누락되어 혈압이 안잡히고 있던 지난 두달 별일이 없어 다행이지만 이런건 기회가 없다.
비가역적인 일에 대한 거라면 실수는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아 죄송해요, 복어지리를 하는데 실수로 내장을 넣었어요...'
확,, 고소하려다 장복하는 약을 뭔지 유심히 따지지도 않고 주는대로 먹은 쌍방과실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꼼꼼히 챙겨 먹기로 일단락했다.
사무실 한켠에 잔뜩 쌓여있는 차와 아기 옷을 보며
물리적 유효기간-유통기간 및 사이즈-과 심리적 유효기간-기대-이 지나기 전 처리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다시할 수 있는 '그' 기회도 분명 유통기한이 있으니까.
그나저나 너무 바쁜거 아니니... 어떻게 맨해튼이 더 여유롭냐고...